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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쉿 -Σ- 우린 서로 모르는 겁니다.
2기 지하철 (5~8호선) 은 나중에 개통된 만큼 꽤 많은 역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그렇지 않던 역도 추후에 에스컬레이터 설치 공사를 다시 한 경우가 많다.

물론 기존 1기 지하철도 그 이후 환승 인구가 많다 싶은 역에는 에스컬레이터 설치 공사가 많이 이뤄졌다. 공사 기간 중에는 기존에 있던 출구도 이용하지 못하고 빙 돌아가야 하지만, 공사 후에는 좀 더 편해지겠거니 하는 기대를 하면서 투덜투덜하지만 참고 견디곤 한다.

오늘도 집에 오는 길에 8호선을 탔다. 사정상 원래 내려야 하는 역보다 한 정거장 미리 내려서 개찰구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듯 멈춰 있는 에스컬레이터. '에너지 절약'이라는 흔해빠진 핑계의 패널도 앞에 있지 않아서 다른 에스컬레이터처럼 사람이 지나가면 자동으로 동작하겠거니 하고 기대를 했다. 웬걸. 여전히 동작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학교 가는 길의 환승역도 마찬가지. 나름 사람이 아주 적을 것 같지는 않은 역인 7호선 태릉입구라든지, 6호선 석계역도 특정 시간대 - 대부분 07:00 ~ 10:00, 18:00 ~ 20:00 - 를 제외하고는 동작하지 않았다. 즉 출퇴근 인파가 몰리는 러시아워가 아니면 수평이든 수직이든 에스컬레이터를 꺼버린다. 수직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으로 바뀌고, 수평 에스컬레이터는 보도로 바뀐다. 그나마도 팻말을 앞에 붙여놔 버리면 오히려 통행 방해물이 되어 길목만 좁혀버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도시철도공사는 '에너지 절약'을 내세우고 있다. 고유가를 맞이하여 절약에 동참 운운이지, 사실은 경비절감이 목적일 것이다. 가뜩이나 무임 승차에 대한 비용과 건설부채 이자로 인하여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은 뻔히 알고 있다.

대부분 요새 만들어진 에스컬레이터는 계단 입구에 감지기가 있다. 사람이 없을 때는 동작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겠다. 그런데 이 감지기가 있음에도 가끔씩 사람이 한두명 이용하면 에스컬레이터가 동작해서 아까운 전기료를 낭비하니까 그냥 꺼버린다는 말이다.

과연 그렇게 절약한 돈이 일년에 얼마가 될지 궁금해서 무려 98년에 쓴 것으로 나오는 다른 글을 참고해보자.
에스컬레이터를 운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에스컬레이터 1대당 소비전력은 편차가 있으나 보통 10kw/h에서 최대 50kw/h 정도이고, 전기요금 역시 편차가 있으나 96년말 기준, 산업용의 경우 1kw당 40원에서 50원 정도이며, 기본요금은 약 4000원 정도라고 한다.

이를 근거로 새벽 6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18시간 동안 에스컬레이터 1대를 가동하는데 드는 비용을 계산해보면 13000원에서 5만원 정도임을 알 수 있다.
저 당시에 비해 전기요금이 좀 오른 것 같으니 그것도 감안해보면 하루에 약 15,000원에서 65,000원 정도로 계산이 된다. 1대당이니까 역 하나당 3~4대를 감안하면 최대 26만원. 1시간 더 돌리면 추가 비용은 대당 평균 2600원 정도 더 나오는 것으로 계산된다. (산업용 을 고압 A 선택 I로 대략 계산해보니 53원 / kWh쯤 되는 것 같다)

지금은 대략 07:00 ~ 10:00, 18:00 ~ 20:00 (좀 유동인구가 많으면 22:00까지) 니까 저 비용의 1/4 ~ 1/3쯤 되는 것 같군.

역 하나에 에스컬레이터 4대 기준으로 한달에 몇백만원 아끼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게다가 2기 지하철역 중에서는 주변에 이용할 사람도 없는데 노선 설계를 잘못하여 역사에 파리만 날리는 역도 분명히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몰리는 환승역에서까지, 그것도 센서감지식 절전장치가 갖춰진 에스컬레이터마저 러시아워 이외에는 돌리지 않는 것은 절약으로 인해서 생기는 몇백만원보다 승객의 불편이 훨씬 더 심한게 아닌지?

그전부터 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이 차내에 붙이던 '1인 승무 반대' 스티커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뭐랄까, 마찬가지인 것 같다. 비용 절감을 위해 앞장서는 것은 좋은데, 효율성과 저비용을 강조하다보면 안전은 뒷전이 되고, 에너지 절감을 강조하다보면 환승객의 편의도 뒷전이 된다.

가뜩이나 환승 한번 하려면 몇층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데 그 피로를 좀 덜어주는 에스컬레이터마저 특정 시간대 이외에는 동작을 하지 않는다면 환승객의 짜증은 제곱이 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동작하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는 원래 길이었던 것을 막아놓는 것과 같으므로 더더욱.

물론 절약~ 절약~ 노래만 불러대는 생각 짧은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이라도 이렇게 이렇게 해서 승객 편의를 더 제고하였습니다 라고 왜 설득하지 못하겠는가. (재미있는 것은 이 아저씨도 대구 지하철의 휴일 에스컬레이터 운영에 대해서는 또 다른 말을 했다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 검색을 하다가 나 말고도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10년쯤 전에도 -_-; 있었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도 흐지부지 되었다니 진짜 'IMF', '에너지 절약'의 망령은 한국인들 뼈에 각인이라도 된게 아닌가 싶다.

(참고)
아래는 '정석의 도시설계 글마당' 에서.

대전도시철도공사 고객의 소리 글.

서울도시철도공사 의견을 듣습니다 - 검색어 '에스컬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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