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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쉿 -Σ- 우린 서로 모르는 겁니다.

가끔 일본쪽 이동통신 시장에 대해 올라오는 기사를 보면, 가격경쟁에 드디어 불이 붙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보다폰을 꿀꺽한 손정의씨의 소프트뱅크가 화이트 플랜 (이거저거 다 떼고 기본료 월 980엔) 등을 내세우며 시작하더니 2위인 au (KDDI)도, 그리고 꿈쩍할 것 같지 않던 1위 NTT 도코모도 가격 경쟁을 시작한 꼴이다.

이해하기 쉽게 생각해보면 LGT를 엄청 돈많은 회사가 덥썩해서 브랜드를 바꾸고 '싸우자' 하고 선언했더니 KTF에 이어 SKT까지 '어 그래 해보자' 하는 꼴이랄까. KTF가 쇼 가지고 3G 올인하면서 공격적으로 달리니 SKT가 따라가는 것도 쵸큼은 비슷해보인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번호이동에 해당하는 MNP (Mobile Number Portability) 제도가 작년에 드디어 도입이 되어서, 가입자 뺏어오기 싸움에도 불이 붙었다.

NTT 도코모가 '가족 할인 MAX 50 (ファミリー割MAX50)' 하고 '혼자라도 할인 50 (ひとりでも割 50)' 을 내놓았고, 여기에 KDDI가 '누구라도 할인 (誰でも50)' 요금제로 맞섰다. 요는 2년 유지를 조건으로 기본료를 반으로 깎아주겠다는 것인데 - 일본은 기본료가 한국보다도 세다 - 도코모의 경우는 장기 가입자 할인을 기준으로, 가족 중 가장 할인률이 높은 사람에게 맞춰주겠다는 것인데 반해서 2년 의무약정을 걸지만 기본료 50%를 깎아준다는 것은 상당히 센 조건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장기가입 할인이고 뭐고 의미가 별로 없어지게 된다. 가입해서 '오래오래' 쓰면 10년차에 할인률 50%가 되는데, 신규 가입 (또는 이동) 해서 핸드폰 싸게 사고, 2년 사용 약정 걸고 바로 50% 할인을 받아 버리면 기존 가입자들은 뭐가 될까.

 게다가 기사 (아래) 시작에 보면 이런 말도 있다.
「우리는 도코모에 비해 장기 가입자가 적으니까요. 그래서 ('누구라도 할인'을) 내놓을 수 있었지요. 도코모에 비하면 출혈은 적습니다.」

도코모와 KDDI의 가격 경쟁에 대해 묻자 KDDI의 컨슈머 사업 총괄부장인 다카하시 마코토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미소지었다.
..자사의 장기 가입자(= 충성 고객)가 적다는 말을 태연하게 하는 시장 2위 캐리어 사업자의 높으신 분이라니.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장기 가입자가 어차피 적으니 가입 연수가 적은 사람 위주로 시장을 끌고 가겠다는 것일까? 장기 가입자들에 대한 대우는 한마디도 없는데, 이건 또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좀 심하게 말해서) 장기 가입자는 가만 냅둬도 돈 나오는 구멍이라는 것?

일본의 이동통신 시장과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묘하게 닮아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서로 비슷하게 닮는다. 번호 이동이 시작되자 그걸로 싸움붙는 것도, 의무 약정을 걸고 보조금 퍼붓는 것도, 제조 회사가 아닌 캐리어 사업자가 전략적으로 시장에 폰을 출시하는 것도. 그리고 장기 가입자를 봉으로 보는 것도.

옆 나라 기사인데 SKT를 7년째 쓰는 내가 속이 쓰린 이유는 무엇일까.

가격경쟁을 부추겨 '최대의 방어벽'을 스스로 부순 도코모 (Business Media) -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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